NEWS
























Home _ 커뮤니티 _ 칼럼
사후피임약, '10배 고용량' 호르몬 폭탄… 부작용 위험 커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피임약은 여성의 주체적인 삶과 건강을 위한 중요한 선택지다. 하지만 '경구(사전)피임약'과 '사후(응급)피임약'의 차이를 정확히 알지 못해 오남용하는 사례가 여전히 빈번하다. 계획적인 피임을 위해 매일 복용하는 경구피임약과 달리,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마지막 수단'으로 쓰이는 사후피임약은 고용량 호르몬 제제로 체내 작용 방식이 확연히 다르다.
자신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약물을 선택하거나 복용 골든 타임을 놓칠 경우, 피임 실패는 물론 혈전증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 위험까지 높일 수 있다. 이에 산부인과 전문의 김민우 원장(청담산부인과의원)의 자문을 통해 두 약물의 결정적인 차이를 분석하고, 여성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작용 이슈 및 안전한 복용 가이드라인을 짚어본다.
경구피임약은 '저용량', 사후피임약은 '고용량'… 용도 맞게 사용해야
경구피임약과 사후피임약은 공통적으로 '피임'을 목적으로 하지만, 복용 시기와 성분 함량, 체내 작용 원리에서 큰 차이가 있다.
우선 경구피임약은 저용량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을 매일 정해진 시간에 복용하는 방식이다. 보통 21일간 약을 먹고 7일간 휴약기를 갖는데, 피임 효과는 물론 생리 주기 조절이나 계획 임신 준비를 위해 활용되기도 한다.
이와 달리 사후피임약은 성관계 후 원치 않는 임신을 막기 위한 '응급' 약물이다. 관계 후 72~120시간 이내에 1회를 복용해야 한다. 고용량 프로게스틴을 단독 투여하거나, 특정 수용체에 작용해 배란을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임신을 방해한다.
김민우 원장은 "많은 분들이 사후피임약을 단순히 '농도가 높고 효과가 센 피임약' 정도로 인식하지만, 두 약은 호르몬 함량과 작용 원리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사후피임약은 배란을 지연 및 억제하는 역할로, 관계 후 급할 때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약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원장은 "특히 사후피임약은 이미 배란이 일어난 뒤에는 효과가 급격히 떨어지므로, 결코 일반적인 피임법의 대체 수단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약국서 사는 2·3세대vs처방 필요한 4세대… 사후피임약은 '진단 필수'
피임약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처방 필요 유무'다. 사후피임약은 고용량 호르몬 제제인 만큼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어, 약국에서 바로 구매할 수 없으며 반드시 의사의 진단과 처방이 있어야 한다.
매일 복용하는 경구피임약은 세대에 따라 구매처가 나뉜다. 현재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매 가능한 것은 2~3세대 피임약(일반의약품)이며, 산부인과 처방이 필요한 것은 4세대 피임약(전문의약품)이다.
김민우 원장은 "약국에서 구매 가능한 2~3세대 피임약은 안정성이 높고 혈전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여드름이나 다모증 개선 효과에는 제한적이며 식욕 및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원장은 "반면 병원 처방이 필요한 4세대 피임약은 항안드로겐 효과 덕분에 여드름이나 생리전증후군(pms) 개선 범위가 2~3세대보다 넓다"며 "체중 증가 우려가 적은 대신, 2~3세대에 비해 혈전 생성 위험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루 빼먹었다면 '즉시 복용'… 2알 이상 놓치면 '7일간 이중 피임'
경구피임약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1알씩 복용하여 체내 호르몬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하루 이틀 복용을 잊어버리는 실수가 발생하기 쉽다. 이때는 당황하지 말고 누락된 약의 개수와 시점에 따라 침착하게 대처해야 한다.
우선 하루(1정) 복용을 잊은 경우라면, 인지한 시점에서 즉시 1정을 복용하면 된다. 만약 다음 복용 시간이 다 되었다면, 기존 약과 합쳐 한 번에 2정을 복용해도 무방하다. 그 이후부터는 평소 정해진 시간대로 남은 약을 이어서 복용하면 피임 효과는 유지된다.
문제는 2정 이상(48시간 이상) 복용을 누락했을 때다. 이 경우 피임 실패 확률이 높아지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김 원장은 "2정 이상 복용을 누락했는데 그 기간 성관계를 가졌다면, 임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사후피임약 처방을 고려해야 한다"며 "약을 다시 복용하더라도 호르몬 농도가 다시 유지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이후 7일간은 콘돔 등 보조 피임법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원장은 "특히 생리 후 첫 주(1주 차)에 2알 이상을 누락하고 관계를 가졌거나, 지난 일주일간 피임약 복용이 불규칙했던 상태에서 48시간 이상 약을 끊었다면 사후피임약 복용이 필수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반 피임약 최대 10배 '호르몬 폭탄'… 사후피임약, 반복 복용 주의
사후피임약은 일반 경구피임약의 7~10배에 달하는 고농도 호르몬을 한 번에 투여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피임법처럼 상습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되며, 오남용 시 생리 지연, 부정 출혈(하혈), 하복부 통증, 심한 두통 등 신체에 상당한 무리가 따를 수 있다.
매일 복용하는 경구피임약은 건강한 여성이라면 장기 복용 후 중단하더라도 가임력이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반면 사후피임약은 단 한 번의 복용만으로도 체내 호르몬 균형에 가해지는 충격이 훨씬 크다. 만약 이를 반복적으로 복용하면 호르몬 체계와 자궁 내막의 안정성이 무너져, 향후 임신을 원할 때 착상 환경이나 배란 주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민우 원장은 "만약 1년에 여러 번 사후피임약을 처방받고 있다면, 이는 현재 본인의 피임 방법에 심각한 빈틈이 있다는 신호이므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원장은 "사후피임약 남용은 향후 가임 능력뿐만 아니라 여성의 건강 자체를 해칠 수 있는 만큼, 정말 불가피한 긴급 상황에서만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5세 이상·흡연 여성이라면 복용 금지… 혈전 위험 높아
피임약 복용 시 가장 우려되는 부작용 중 하나는 혈관 속에서 피가 굳어지는 덩어리인 '혈전(피떡)'이며, 이로 인해 혈관을 막는 '혈전색전증'이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5세 이상 흡연 여성'에 대해 경구피임약을 복용하지 않도록 엄격히 금지(투여 금기)하고 있다.
김민우 원장은 "흡연은 혈관 내피의 손상과 혈소판 활성 증가를 유발하는데, 35세 이상 여성은 이미 혈관 탄력 감소가 시작되고 있어 흡연까지 하면 혈전 발생 위험이 배가 된다"고 경고했다.
피임약은 호르몬 제제이기 때문에 복용 후 위험 신호가 나타난다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지속적인 과다 출혈, 극심한 두통이나 흉통, 복통, 호흡곤란, 다리 통증과 부종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두고 단순히 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증상이라고 가볍게 여기면 안 된다.
마지막으로 김 원장은 "피임약은 올바르게 사용하면 여성의 주체적인 삶을 돕는 유용한 도구지만, 잘못된 정보로 오남용 할 경우 여성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계획적인 피임을 원한다면 사전 경구피임약을 복용해야 하며, 사후피임약은 고용량 호르몬 요법임을 인 지하고 결코 일반적인 피임법의 대안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